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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_인류애 충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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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주택』유은실 소설, 비룡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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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 충전


 최근 다시 ‘다큐 3일’이 방영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멈췄던 방송이 시작된 건 세상의 인류애와 낭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어 가슴이 뭉클하다.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은 특정 장소에서 3일 동안 만나는 시민들의 일상을 인터뷰한다. 평범해 보이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때로 명언처럼 다가와 내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 때가 있다. <순례 주택>은 ‘다큐 3일’을 책장으로 넘겨서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면 장면에서 인류애를 충전한다.


 주인공 순례 씨는 젊은 시절 세신사로 벌었던 돈으로 건물(때 탑)을 샀다. 시간이 지나 지하철이 생기고 도로를 확장한다고 보상금이 꽤 많았다. 십 년 전 때 탑을 허물고 <순례주택>을 지었다. 순례주택에는 박사님이라고 불리지만 계단과 엘리베이터 청소를 맡아서 하는 허성우씨. 요양보호사 필기시험을 보면서 생전 처음 해보는 OMR카드 작성을 연습했다던 이군자 씨. 새벽 옥상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영선씨. 등 순례주택에는 우리 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투닥거리다가도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순례주택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따뜻하게 마음이 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인류애 충전이다.


 책 속에서 순례씨는 수림에게 질문한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수림은 ‘글쎄’라며 막연했다. 순례씨가 대답하는데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나도 수림이처럼 ‘순례 씨 생각 동의’라고 답하게 된다.


 문득 내 주변에도 자기만의 리듬으로 애쓰며 살아가는 분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을 자원봉사활동 현장에서 만난다. 활동처에서는 노력봉사라는 명목으로 청소나 허드렛일을 모집하는 때도 종종 있다. (허드렛일이라고 표현하는 건 그때 당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처음에는 ‘너무 하는 것 아냐? 요즘 시대에?’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무실에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봉사활동을 문의하는 전화였다. 나는 이것저것 1365자원봉사포털의 자원봉사활동을 소개해 줬다. 그런데 이분은 ‘아, 나는 그런 건 잘못하는데 청소 하나를 잘할 것 같아요. 청소하면 아무 생각도 없고 난 좋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나는 기억나는 활동처 이름을 말하고 직접 전화해 보시는 걸 추천하고 전화를 끊었던 것 같다.


 머리가 댕-하고 맞은 듯했다. 그분은 자기 힘으로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계셨다. 누구는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흔쾌히 나설 수도 있는 일 말이다. 생각해 보면 환경정화 활동은 제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봉사활동 중 하나이다. 참여하기 쉽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내 눈앞에서 내가 하나하나 줍다 보면 깨끗이 치워진다.


 이런 생각을 하니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으휴, 여기 활동 너무 별로야. 춥고, 추운데 간식도 차갑고. 개선해야 해!’라고 불평을 하면서 다른 활동현장에 보이는 얼굴들이 있다. 예전이었으면 ‘힘드시면 안 오셔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이 그분의 진짜 불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들의 진심은 벌써 활동현장에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어색하고 생소한 활동현장에서 쭈뼛대고 있을 누군가에 물 한잔 건네며 ‘오늘 하루 같이 잘해봐요!’라고 인사하는 이들 위로 순례주택 사람들의 모습이 스친다. 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인류애 충전기. 아마 그분들은 모르겠지요? 내가 당신들의 투박한 말과 성실함으로 인류애를 충천하고 있는지 말이다.


오승주 작가의 말부주

 

‘인류애 충전’이라는 키워드가 신선했고, <순례 주택>의 정겨운 인물들을 세심하게 그려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각 인물들을 미화하지도 않고 평가절하하지도 않으면서 그 자체로 존중하고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떠오를 정도로 현실감을 주고 있어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는 떠올릴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와의 연결 지점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매력적인 반전을 넣고 있습니다. ‘허드렛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게 신중할 수도 있고,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매우 기술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 충분히 허드렛일이 아니고 세련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편견을 반성하고 있기 때문에 울림이 더욱 깊었던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때로는 열악한 기관에서 더욱 고생을 하기도 해서 속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원봉사의 아름다운 부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순례주택의 평범한 인물들과 대비되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류’라는 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삼이사를 말하며, 그렇게 평범하고 사소하고 현실감 있는 사람들만이 인류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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