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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_‘헌신’은 어떻게 ‘소진’이 되는가(정대환)

2026-07-08
조회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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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프란츠 카프카 소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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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은 어떻게 ‘소진’이 되는가 (정대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레고르를 둘러싼 가족의 관계가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그레고르는 오랫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희생했고, 그 헌신은 어느새 가족에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더 이상 경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의 태도는 급격히 변한다. 결국 그레고르는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너진다.

 

 처음에는 이 비극의 원인이 그레고르의 변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을 곱씹을수록 진짜 비극은 '변신'이 아니라, 오랫동안 한 사람의 헌신에 의존해 온 관계 구조 자체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은 서로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책임을 나누기보다, 생계를 책임지는 그레고르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존은 결국 관계를 왜곡시켰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자원봉사를 떠올렸다.

 

 자원봉사는 본래 자발성과 연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특정 개인의 헌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늘 앞장서고, 누군가는 그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더 많이 헌신하는 사람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되고, 어느 순간 관계는 대등함을 잃는다. 그렇게 되면 봉사는 함께 만들어 가는 활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위에 유지되는 구조가 되고 만다.

 

『변신』 속 그레고르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개인의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헌신이 왜곡되고, 의존이 관계를 잠식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진과 단절이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원봉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봉사가 아니라, 서로의 상황과 한계를 인정하며 함께 책임을 나누는 봉사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서로의 노고를 존중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자원봉사가 가능해진다.

 

『변신』은 나에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진정한 헌신은 자신을 모두 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함께 돌보며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는 실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승주 작가의 말부주

 우리는 책을 읽을 때 “OOO은 OOO이다”라는 형식으로 해석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이 글은 “OOO은 OOO이 아니다”라는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OOO은 OOO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는 기존의 뻔한 해석에 대한 비판정신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효과를 주기 때문입니다. 첫 문장에서 읽는 이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변신>에서는 그레고르가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면서 신에게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비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은 갑충으로 변신하는 불행이 그레고르의 마음과 연결되었으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불행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레고르가 만들어놓은 집안의 질서와 세계관, 그리고 의존 관계가 불행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밖에서 불행의 원인을 찾지만, 이 글에서는 안에서,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자신의 터전이 자원봉사 현장으로 힘차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현장의 의존 구조, 누군가 독박 자원봉사를 하는 불균형성 등 자원봉사 현장 곳곳에 숨어 있는 <변신>의 가족 분위기는 커다란 외부 자극이나 환경 변화가 발생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폭탄의 뇌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신>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자원봉사에 대한 진단까지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글입니다. 문학 세미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전국의 자원봉사 조직에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경청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불규형을 없애기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의 숨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행복감을 느껴보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하고 불균형성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역대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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