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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_우리가 만든 지하 세계 (허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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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하버트 조지 웰스, 푸른숲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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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지하 세계 (허경심)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은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우연히 군인 포병을 만난다. 포병은 화성인들이 같은 종족인 인간을 서로 사냥하도록 훈련시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인간의 안전한 삶을 위해 땅밑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규칙에 복종해야 한다. 어머니와 선생님이 될 건강하고 마음씨 좋은 여성들이 필요하고, 게으르고 몸이 약하거나 머리가 나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은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만약 나약한 사람이 있다면 지하 세계에서 내쫓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포병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을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한다면, 포병이 꿈꾸는 지하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극단적인 고립과 선별의 논리로 이루어진 세계인지도 모른다.

 

  2020년 1월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동안 외신으로만 접했던 코로나19는 국내 확진자 동선을 끝까지 파고드는 뉴스를 타며 공포를 더욱 확산시켰다. 당시 코로나19의 원인과 증상은 불분명했고 치료제와 백신도 없었다. 확진자의 동선이 추가될수록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은 서로를 오해하게 하고 불신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더욱 철저하게 자신의 코와 입을 마스크로 봉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고, 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 두기보다 심리적 거리 두기를 경계하면서 더 이상 숨어 있지만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홀로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갔다. 누군가는 식재료를 가져다주었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심시켜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시대나 상황에서도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향해 시선을 두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포병이 꿈꾸었던 지하세계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극단적인 고립으로 이어진 세계는 쓸모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세계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나누어진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자원봉사는 우리의 다름을 제거하고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일상의 만남과 관계의 틈새에서 혼자 아파하지 않도록,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자원봉사는 어쩌면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약속보다 우리가 만든 지하세계에 작은 틈을 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능하지 않을까.


오승주 작가의 말부주


<우주전쟁>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포병’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코로나19 당시의 상처와 연결해서 쓴 것은 깊은 통찰력과 울림을 전해줍니다. ‘산다’는 것은 목숨만 부지한다는 게 아닙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면 먹는다는 의미는 죽을 것입니다. 어떤 가혹한 상황이든 제대로 인간답게 산다는 게 중요합니다.

화성인에게 집대당하기 직전 포병처럼 화성인에게 잘 보여서 살아남으려는 몇몇 기회주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고 당당하게 사는 것으로서 승리의 기록을 써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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