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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_지배자라는 착각 (정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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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하버트 조지 웰스, 푸른숲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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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라는 착각(정대환)

 『우주전쟁』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인간은 왜 스스로를 세상의 주인이라고 믿게 되었을까?’였다. 작품 속 화성인은 인간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인간을 제거하고 지배한다. 처음에는 그런 화성인의 잔혹함에 분노했지만, 곧 인간 역시 역사 속에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자신보다 강한 존재 앞에서는 두려워하면서도 약한 존재에게는 쉽게 힘을 행사한다. 『우주전쟁』은 그 위치를 뒤집어 인간보다 강한 화성인을 등장시킨다. 지구의 주인이라고 믿었던 인간은 순식간에 피지배자의 위치에 놓인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지배한다’는 위계적인 시선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화성인의 최후가 인상 깊었다. 인류의 무기나 군대가 그들을 쓰러뜨린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가장 강해 보였던 존재가 가장 작은 생명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강함과 약함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인간은 강한 것인가 약한 것인가, 화성인은 강한 것인가 약한 것인가? 어쩌면 진짜 강한 존재들은 자신의 힘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와 단체, 여러 기관을 만나며 일을 한다. 업무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받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보다 힘이 있거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말에는 더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상대적으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도 위계적인 시선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지 않은가?

 

  강한 사람과 위계적인 사람은 다르다. 강한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태도를 달리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가 높다는 이유로 상대를 내려다보지 않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일 것이다.

 

  『우주전쟁』은 나에게 ‘겸손’이라는 단어를 남겼다. 스페이스X를 비롯해 인류가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사실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과 다른 생명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될 수는 없다.

 

 『우주전쟁』은 인간에게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는 동시에, 나에게도 내가 가진 작은 권한과 위치를 힘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화성인의 침공만이 아니다. 내가 가진 힘과 위치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보다 높은 위치에 설 수 있는 권한이라고 착각하는 순간도 경계해야 한다.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다른 존재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승주 작가의 말부주

 

강함과 약함의 대비를 통해서 위계적인 시선을 잘 드러냈고, 이를 통해서 일상과 업무 생활을 돌아보고 겸손의 미덕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네팔의 빙하 쓰나미 현상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저도 자연은 힘을 감추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인간에게 아주 잠깐 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힘은 공포 그 자체이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이 강함을 앞세우고 자연을 괴롭히면 자연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강함을 보여줄 것이고 그때는 정말 파멸의 날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두려운 마음이 강해집니다. 이 글은 인간의 위계적인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통찰력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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